“할아버지, 저 늦었어요. 얼른요. 할아버지가 깃발을 내리면 자동차들이 금방 설 것 아니에요. 네? 우리 이웃사촌이잖아요. 우리 옆집 살자나요 그렇죠? 이웃인데 어려울 때 좀 도와주시면 안돼요?”
“야, 이 놈아! 지금은 빨간불이 아니냐! 그런데 어떻게 건너. 넌 학교에서 그런 것도 안 배웠냐! 그리고 이 놈아 그런 말버릇은 어디서 배웠어! 이웃이 어렵다고? 인석아! 니 집에서 학교까지 딱 5분이다. 고거 걸리는 걸 늦는 놈이 사정이 어렵냐? 요놈!”
이렇게 말하시며 꿀밤을 한 대 크게 주셨어요. 그래서 준희는 늘상 지각대장입니다. 그러니 할아버지와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죠. 준희는 할아버지가 이제는 좀 그만 나왔으면 했어요. 횡단보도도 있는데 뭐 하러 매일 나오시는지 정말 못마땅했답니다. 그런 준희의 바람에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어느 날부턴가 신호등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나오지 않던 이틀째 되던 날 한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고요. 학교에서는 신호등 할아버지를 찾아나 섰고, 준희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혹시나 할아버지가 아프실지도 모른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걱정이 되어 옆집에 사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준희와 친구들은 곧장 할아버지의 집으로 갔는데, 역시나 할아버지는 많이 편찮으셨습니다.
“이 늙은이한테 이렇게 많은 꼬마 손님들이 오다니.”
“할아버지, 그 동안 아이들 등굣길에 도와주셔서 사고 없이 무사히 등교했어요. 교장선생님께서도 할아버지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하셨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준희는 수줍게 말했습니다.
“저기, 우리는 이웃이니까 어려울 때 도와야겠죠? 그 동안에는 할아버지가 저희들을 위해 봉사하셨으니까 이제는 제가 할아버지를 도와 드릴께요. 이웃 좋다는 게 이런 거죠!”
“어이구, 저 놈 말하는 것 좀 보세요, 선생님. 허허! 그래, 아~주 고맙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