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내 줄기를 타고 기어 올라가서 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사과도 따 먹고 그늘에 서 놀면서 즐겁게 지내자.”
“나는 이제 나무에 올라가 놀기에는 너무 커 버렸는걸. 나는 물건을 사고 싶고 신나게 놀고 싶단 말야. 그리고 돈도 필요해. 나에게 돈을 좀 줄 수 없겠니?”
하고 소년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무에게 돈이 있을 리 없었죠. 그래서 나무는 자신이 가진 탐스러운 사과들을 내밀며 이 사과를 따다가 팔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요. 소년은 나무의 말대로 사과를 따서는 가지고 갔습니다. 그 뒤로 소년은 한동안 오지 않았고 나무는 슬프고 외로웠죠. 그리고 어느 날 또 다시 찾아 온 소년을 반기며 말했습니다.
“얘야, 내 줄기를 타고 기어 올라와서 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즐겁게 지내자.”
“나무야, 나는 올라가 놀 수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아. 난 말야, 집이 필요해. 나를 따뜻하게 해줄 집 말이야. 아내도 있어야겠고, 아기들도 있어야 하니까. 네가 나에게 집을 마련해줄 수 없겠니?”
하지만 나무에겐 소년이 살만한 집은 없었죠. 나무의 집은 이 숲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무는 가지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내 가지들을 베어다가 집을 지으라구요. 소년은 나무의 말대로 가지를 베어서는 가버렸습니다. 또다시 오랜 시간동안 오지 않은 소년이 다시 찾아왔을 때 나무는 기뻐하며 놀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난 이제 나이가 들고 비참해 져서 놀 수가 없어. 나는 멀리 떠나고 싶구나. 나에게 배 한척을 만들어 줄 수 있겠니?”
나무는 자신의 줄기를 베어 배를 만드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멀리 떠나갈 수 있을 거라고요. 소년은 배를 만들어 타고 멀리 떠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소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얘야, 미안하다, 이제는 너에게 줄 것이 아무 것도 없구나... 사과도 없고, 뛰놀 가지고 없고.”
“괜찮아, 이가 나빠져서 사과는 먹을 수 없어. 그리고 가지에서 뛰놀기엔 난 너무 늙어버렸는걸.”
“미안해, 무언가 너에게 주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제 내게 남은 것이 하나도 없어. 다만 늙어버린 나무 밑둥뿐이야.”
“나무야, 이젠 내게 필요한 건 별로 없단다. 그냥 앉아 쉴 곳이면 돼. 나는 몹시 피곤하거든.”
나무는 나무 밑동을 펴면서 소년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소년은 나무가 시키는 대로 늙은 나무 밑동에 앉아 땀을 식히고 편안한 오후를 보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