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이 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쨍쨍 내리쬐는 태양빛에 황금빛 곡식들은 무르 익어가면서 말이죠. 그런데 이 마을에 가을이면 시작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바로 식성 좋은 참새들이었습니다. 참새들은 1년 내내 공을 들여 키운 벼가 잘 익어 고개를 숙이면 떼를 지어 날아와 벼를 몽땅 먹어치우고 말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참새들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 때 허씨는 논에 나가 두 팔을 휘휘 저으면서 참새들을 내쫓고 있었습니다. 허씨는 쉬지 않고 논 사이를 다니면서 참새 떼를 쫓았습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참새 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허씨는 자기 논뿐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논에까지 가서 참새 떼를 쫓아 주었습니다.
"훠어이~ 훠어이~ 참새들아, 이제 그만 먹고 다른 곳에 가서 놀아!"
허씨 아저씨는 마음 좋게 웃으면서 참새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허씨 아저씨의 웃는 얼굴을 보고 참새들은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산 속으로 날아가는 것입니다. 이 광경을 본 마을 사람들은 허씨 아저씨가 신기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허씨 아저씨가 참새 쫓는 걸 보고 안심했습니다. 그리고는 집에 들어가서 낮잠을 자거나 놀러 다녔습니다. 그러는 사이 허씨 아저씨는 혼자 그 넓은 마을의 논을 돌아다니면서 참새를 쫓느라 밤에 잠도 못 자고 점점 야위어 갔습니다.
점점 벼는 무르익어 황금빛 물결을 이루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실컷 놀다가 추수할 때가 되자 논에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허씨 아저씨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잠을 자러 갔겠거니 하면서 추수를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벼를 베어나가 보니 올해는 정말 풍년인 것 같았습니다. 벼이삭이 알차고 토실토실하게 물이 오른 것을 보고 농부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신나게 추수를 했습니다.
"허씨가 참새를 쫓긴 쫓았나 보이~ 이렇게 풍년이 들 줄이야. 하하하!"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놀라운 느낌의 음악) 논 한 가운데 쯤에 이르자 허씨 아저씨가 쓰러져 죽어있는 것이었습니다. 허씨 아저씨는 참새를 쫓다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만 죽은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허씨 아저씨에게만 일을 시키고 보살피지 않은 것이 미안했습니다. 허씨 아저씨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고 오는 마을 사람들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다음 해, 가을이 되자 또 참새 떼들이 몰려와 벼이삭을 먹어치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허씨 아저씨를 다시금 그리워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허씨 아저씨처럼 항상 웃고 있는 얼굴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인형을 논 한가운데에 꽂아두었습니다. 참새들은 허씨 아저씨를 닮은 이 인형의 어깨 위에 올라가 이야기를 하는 듯 하더니 곧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허씨 아저씨를 닮은 인형을 논에 두기 시작했습니다. 웃는 얼굴에 허름한 옷, 허씨 아저씨 인형은 오늘날까지 황금빛 벌판에 빼놓을 수 없는 허수아비 인형으로 전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