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대학 입학 기념으로 차 한 대를 사주셨으면 합니다.”
미국의 한 학생이 간절한 말투로 아버지께 애원했다.
“오냐, 그러려무나.”
한참 생각하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기꺼이 차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드디어 대학 기숙사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틈틈이 읽거라. 그리고 빌립보서 4장 19절 말씀은 꼭 읽어 보도록 해라.”
아들은 아버지가 내미는 성경책을 받아들면서 섭섭한 마음을 감추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 약속한 자동차는 사주지 않고 대신 딱딱한 성경책을 내미는 아버지가 정말이지 야속했던 것이다.
기숙사에 들어선 아들은 화가 난 나머지 구석에 성경책을 내던져 버렸다.
읽어보기는 커녕 쳐다보기도 싫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마지막 방학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몇 년 전 섭섭했던 마음을 아버지에게 솔직히 털어 놓았다.
“그땐 정말 아버지께서 너무하셨어요. 저랑 약속하신 차는 사주시지 않으시고 빌립보서 4장 19절만 읽으라고 하시다니요.”
“그래 섭섭했단 말이지. 그럼 내가 준 성경책은 어디에 있느냐?”

아버지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아들은 기숙사 방구석에 쑤셔 박아 두었던 성경책을 가져와 아버지께 내밀었다.
“얘야. 빌립보서 4장 19절을 읽어 보아라.”
아들은 어이없다는 듯 시키는 대로 술렁술렁 성경책을 펼쳤다.

그 순간 아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아버지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계셨다. 빌립보서 4장 19절이 있는 책갈피에는 차 한 대 값이 충분한 수표 한 장이 끼워져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