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여 학교를 못 다녔으나 그림에 비상한 재주를 가진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자기가 그린 그림 가운데 가장 좋은 것 몇 점을 들고 화랑을 찾아가 사 달라고 했으나 누구도 그의 그림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자 청년은 당대에서 최고의 그림 값을 받고 있는 유명 화가를 찾아가, 그의 화실에서 어떤 심부름이라고 할 테니 먹이고 재워만 달라고 간청해 허락을 받았다. 청년은 화실에 완성돼 있는 대화가의 그림들을 보았으나 자기보다 그림 솜씨가 결코 나은 것 같지 않았다. 그 순간 그에게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다음 날부터 청년은 화가가 퇴근한 뒤 거기 있는 그림들을 보고 그것들과 똑같이 그림들을 밤마다 그리기 시작했다. 대 화가의 그림과 그의 그림을 물감도 같았고 크기도 같았고 사인도 같았다. 청년은 그림이 완성되면 화가의 그림은 밖으로 빼돌리고, 그 자리에 자기의 그림을 갖다 놓았다. 그의 이러한 행동을 화가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화가가 죽었다. 화실에 있는 그의 미발표 유작들을 모아 성대한 전시회가 열렸다. 온 미술계의 관심을 모은 전시회였다. 평론가들은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로 그의 작품을 평가했다. 그 작품들은 화가가 살아 있을 때에 받던 값의 10배로 전시회 첫날에 다 팔렸다.

얼마 후 청년은 화가의 진짜 작품들을 들고 화랑으로 가서 사라고 했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도 진품으로 판정 받지 못 했다. 가장 권위 있는 미술 평론가의 그림 감정가의 권위로 가짜라고 판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