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영국에 올리버 골드 스미드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시도 짓고 소설이나 희곡도 쓰는 작가였으나 일찍이 의학공부를 한 의사이기도 했다. 어느 날 이웃 마을에 사는 한 부인이 찾아와서 자기 남편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누워 있다며 남편의 상태를 한 번 보아달라고 청했다.

인정이 많은 그는 괜히 승낙을 하고 곧 왕진 준비를 해서 그 부인을 따라 갔다. 도착한 집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무척 가난한 집이었다. 방 안에 들어간 그는 곧 환자를 진찰했다. 환자는 몸이 매우 쇠약해져 있었으나 무슨 뚜렷한 병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진찰 도구를 도로 거두어 넣은 다음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부인을 보고 약을 지어 줄테니 자기를 따라 오라고 했다. 부인과 함께 그의 작업실에 도착한 그는 방 안에 들어가더니 잠시 후 조그만 상자를 가지고 왔다.
“자, 여기 약이 들어 있습니다. 이 약을 드시면 남편의 병은 곧 나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갈 때까지 이 상자를 열어 보시면 안 됩니다.”
약이 들어있다는 상자를 받아 든 부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약이 대단히 무겁군요. 어떻게 먹어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세요.”
“그 상자 안에 씌여 있으니 그대로만 하십시오.”

부인의 집안 살림이 너무 궁색했던지라 그는 약값도 받지 않고 부인을 돌려 보냈다. 약을 가지고 돌아온 부인은 남편에게 약을 지어왔으니 어서 일어나서 약을 먹으라고 권하며 상자를 열었다. 순간 부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자 안에는 약은 보이지 않고 대신 돈이 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상자 속 돈 틈에서 뾰족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흰 종이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이 돈으로 무엇이나 먹고 싶은 것을 사서 잡수십시오. 당신의 병은 잘 먹지 못해서 영양부족 때문에 온 것이므로 잘 먹어야 낫는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