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초기에 황희라는 정승이 있었다. 그는 젊었을 때 몹시 경솔하고 남의 단점을 말하기 좋아해서 평판이 좋지 않았으며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였다. 암행어사의 명을 받아 남쪽을 향하여 내려갈 때의 일이다. 때는 마침 모내는 시기라 들판에는 사람들이 많이 흩어져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었다. 한곳을 지나는 중에 늙은 농부가 황소 한 마리와 검정소 한 마리를 부리며 논을 갈고 있었다. 황 어사는 한참동안 논가는 구경을 하고 있다가, 그 늙은 농부를 향해서 물었다.
“황소와 검정소 중에서 어느 소가 일을 잘하오?”

늙은 농부가 이 말을 듣더니 일손을 놓고 부지런히 황 어사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황 어사의 귀에다 대고 귓속말을 했다.
“황소가 일을 잘해요.”
황 어사가 말을 듣고 보니 어이가 없었다.
“그만 대수롭지 않은 일에 그처럼 수선을 떨며 귓속말을 할 것까지야 뭐가 있단 말이오?”
늙은 농부는 이 말에 대답했다.
“두 마리의 소가 다 같이 일을 하고 있는 데 어느 소가 일을 잘 한다고 칭찬을 한다면 다른 소는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 아니겠소?”

황 어사는 늙은 농부의 말에 확연히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 순간부터 딴사람이 되고 말았다. 죽을 때까지 남의 단점이라곤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태조로부터 세종에 이르기까지 네 임금을 섬기며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많은 업적을 남기게 되었고 특히 청렴한 벼슬아치로 이름이 높았다. 사람이 단점을 말하기를 좋아한다면 누구도 그를 가까이 하려 들지 않을 것이며, 또한 그 말 잘못한 책임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모름지기 남의 단점을 말하지 않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