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간에 축구 시합이 있었다. 남자 아이들이 두 편으로 나누어 시합을 해서 진편이 청소를 하기로 하였다. 창수는 그 전 시간에 어떻게 편을 짤까
궁리해 보았다. 창수가 속해 있는 2분단과 1분단이 한편이 되면 3.4분단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1분단에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체육시간이 되었다. 간단한 준비운동과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선생님께서 편을 어떻게 나누는 것이 좋겠느냐고 하시자 창수가 말하였다.
“ 분단별로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때 영호가 앞으로 나서더니 말했다.
“ 선생님, 오늘은 짝수와 홀수 번호로 편을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1분단에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분단별로 나누면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이 모두 한편이 됩니다.
그러면 공평한 축구 시합이 될 수 없습니다.”
평소에 편을 짜는 일에 전적으로 아이들에게 맡기셨던 선생님께서
“ 영호 말대로 하지 ” 하셨다.

창수는 그 동안 무슨 시합이 있던 간에 자신이 주동을 해 왔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몸집이 크고 모든 운동을 잘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영호가 자신이 하려는 일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 영호야, 그건 안돼! 우리 편은 이미 만들어 졌단 말이야.”
“ 그럴 수는 없어. 그렇게 되면 결과는 너무 뻔해.”
창수는 까닭 없이 화가 나서 계속 고집을 부렸다. 한참 실랑이를 하는 바람에 경기가 늦어졌고, 결국 선생님께서는 알게 되어 꾸중을 들었다. 항상 창수의 말대로만 따르던 아이들은 고소해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