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내가 서점 앞에 도착했을 때는 주미와 약속한 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나서였습니다.
“소정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무슨 애가 시간을 이렇게 안 지켜? 정말 너무했잖아?”
시계를 보고 있던 주미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성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미안해. 빨리 오려고 했는데 그게…….”
“변명은 필요 없어.”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 기분은 좀처럼 가라않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먹으면서 시무룩해 있는 내 표정을 보신 아버지께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셔서 사실대로 말씀드렸습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으신 아버지께서는 나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너는 친구와의 약속을 어기고도 전혀 미안한 생각은 안 하는 것 같구나.”
나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자꾸 내 입장만을 앞세웠던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네가 생각하기엔 약속이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매우 중요한 거란다. 만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작은 약속이라고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니? 아마 이 사회는 모두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될 거야.”
나는 아버지의 말씀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러워서 얼굴이 새빨개져 오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약속이 많이 있습니다. 학교의 숙제, 교통규칙, 친구와의 약속, 부모님이나 선생님과의 약속, 정부에서 국민에게 한 약속 등 이모든 약속을 잘 지켜야 밝고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주미에게 사과를 해야지.’
나에게 약속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도와준 주미가 한편으로 고맙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