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명절날 꽤 높은 벼슬을 하는 몇몇 사람이 송악산 아래 만월대에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그 중 한 명이 계를 맺자고 제안했습니다.
모인 사람 대부분이 수도인 한양출신인데 멀리 송도에서 벼슬을 하는 공통점이 있으니 계를 맺어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며 서로 돕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송도 경덕군의 궁지기도 함께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끼워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벼슬아치들은 자신들처럼 귀한 사람만 있는 모임에 어떻게 그런 천한 자리에 있는 자를 끼워 주겠느냐며 비웃었습니다.
당연히 궁지기를 빼고 자기들끼리만 계를 만들었지요.

그런데 그들이 무시하며 빼놓았던 그 궁지기는 그 후 네 명의 왕을 거치며 두 번이나 영의정을 지낸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그 궁지기가 바로 한명회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