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오늘은 스승의 날이잖아. 난 커피잔 세트야. 넌 뭘로 준비했어?”
“응, 우리 엄마가 고급 만년필을 사셨어. 바로 이거야, 짜자잔.”
아이들은 너도나도 선생님에게 줄 선물을 꺼내 자랑을 합니다.
하지만 보람이는 얼굴이 밝지 않습니다. 누가 자기에게 물어볼까 봐 불안했습니다.
“근데 보람이 넌 왜 말이 없어? 근사한 선물을 준비했나 보지.”
미진이가 비꼬듯 말했습니다.
“응, 나… 난 아무 것도 준비 못했어.”
무언가를 훔치다 들킨 사람처럼 말했습니다.

보람이네 집이 가난한 것을 알고 있는 모듬 아이들은 더욱 기가 살아 자기 선물 자랑을 늘어 놓았습니다. 보람이는 호주머니 속에 있는 작은 물건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오신다!”
교대를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아 이 학교에 오신 선생님은 교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당황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책상 위에 쌓아 놓은 선물꾸러미 때문이지요. 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선생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한 선생님에게 이렇게 큰 사랑의 선물을 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선물을 못 산 친구들이 마음 상할까 걱정됩니다. 선생님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모두 같을 테니까요. 스승의 날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선생님에게 선물을 주는 날만은 아닙니다. 자기를 가르쳐 주신 모든 분, 예를 들면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또 여러분에게 뭔가를 깨닫게 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날입니다. 부모님이 마련한 선물보다는 마음이 담긴 편지나 용돈을 모아서 준비한 작은 선물이 더욱 가치 있을 것입니다. 그랬을 때 선물을 받는 선생님도 더욱 힘이 나고 가르친 보람을 느끼시겠죠.”

호주머니 속만 만지작거리던 보람이의 머리에 선생님 말씀은 화선지에 검은 글씨가 써지듯 꼭꼭 박혔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보람이는 교무실로 내려갔습니다.
‘선생님이 분명히 좋아하실 거야.’
교무실 책상으로 걸어가는 보람이의 가슴이 점점 뛰었습니다.
“선생님, 제 선물이에요.”
보람이는 주머니 속에서 땀에 젖은 작은 선물을 꺼내 쭉 내밀고는 재빨리 뛰어 나갔습니다. 포장지 속에는 은색 분필끼우개와 쪽지 한 장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공부 시간에 우리들을 가르칠 때 분필로 칠판에 그리고 쓰면서 설명하시잖아요. 손과 양복에 하얗게 분필가루가 묻은 것을 보고 용돈을 모아 분필끼우개를 샀습니다. 작은 선물이지만 받아 주세요. 제자 이보람 올림.”
분필끼우개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얼굴에는 살며시 웃음이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