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를 끔찍이 사랑하는 부유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이 아버지는 자식들이 원하는 것은 물질이든 마음으로든 무엇이나 주고 싶어 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아버지는 아들들을 불러 놓고 뺨으로 부비기도 하고 어깨를 다독거리기도 하면서 사랑을 표현하였습니다.

“요즘은 어떻게들 지냈느냐?”
아버지의 물음에 맏아들이 우울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며칠 전 제가 사는 집에 도둑이 들어 금고 안에 있던 돈을 몽땅 가져가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로했습니다.
“애야, 그까짓 일에 그렇게 상심할 것 없다. 아비가 잃어버린 돈으로 고스란히 장만해 주마!”

이어 둘째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너는 어떻게 지냈느냐?”
둘째 역시 우울한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얼마 전 본의 아닌 오해 때문에 절친한 친구와 크게 싸우고 헤어졌습니다. 그 뒤부터는 왠지 늘 외롭습니다.”
이에 아버지는 역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거렸습니다.
“아들아, 이 세상을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느니라. 아비가 그 친구에게 선물을 잔뜩 보내서 오해를 풀도록 해 주겠다.”

그러면서 셋째 아들로 향해 물었습니다.
셋째 아들은 막내인데다가 생각이 깊은 성품이어서 아버지가 유난히 더 사랑하는 자식이었습니다.
“그래, 너는 어떠냐?”
셋째 아들도 우울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만. 한 해 동안 무언가 이루어 놓은 것이 아무 것도 없어 후회가 막급합니다. 먹고, 놀고, 즐기는데 만 시간으로 다 쓰고 말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일 수도 있었으나 뜻밖에도 아버지의 얼굴은 금새 침통했습니다.
아버지는 한숨을 깊이 내쉬며 손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못난 아들아. 이 세상에 무엇보다 가장 귀중한 것을 너는 잃고 있구나. 네가 잃고 있는 귀한 ‘시간’만큼은 이 아비도 대신 보상해 줄 수 없단다. 억만 금을 준들 스스로 값없이 흘려보낸 시간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