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원미원 씨는 떡을 유난히 좋아했다.
특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은 언제 보아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그래서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딸집엣 올 때면 언제나 두 손 가득 온갖 떡을 해 가지고 왔다.

연말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원미원 씨는 몸살로 드러눕게 되었다.
몸이 아파 끙끙거리면서도 시루떡이 먹고 싶어졌다. 정초라 마땅히 문을 연 떡집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자꾸 생각이 나서 혼잣말로 떡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들은 아들이 엄마를 쳐다보며 말했다.
“떡 파는데 있나 나가볼까. 엄마?”
“지금 장사하는 곳이 있을라구. 며칠 있다 사 먹지 뭐.”
원미원 씨는 내심 파는 곳이 있나 나가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냥 한 번 가보지. 뭐”
아들은 굳이 집을 나섰다.

시장 한 번 둘러보고 곧 돌아오겠지 싶어 나가는 것을 그냥 두었는데 아들은 두 시간이 지나도 영 돌아오지 않았다. 나간지 세 시간이 지나서야 돌아오는 기척이 났다.
원미원 씨는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아이가 들어오자마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놀고 싶으면 다시 들어와서 엄마한테 말을 하고 나가야지. 엄마 걱정하는 건 생각도 안해?”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점퍼 안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싼 꾸러미를 꺼내 놓았다.
떡이었다. 명륜동 시장도 문을 다 닫고, 혜화동 시장도 철시를 해서 혹시나 해서 동대문 광장 시장엘 갔는데 그곳도 문을 연 곳이 없더란다. 그래서 떡집을 찾아 걷다가 남대문 시장까지 갔는데, 마침 남대문 시장에는 몇 집이 문을 열러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시루떡을 사서 품에 꼬옥 끌어안고 그 먼 길을 다시 걸어왔다고 했다.
“오는 중에 다 식어 버렸어요. 엄마”
원미원 씨는 목에 메어 떡을 넘길 수가 없어 아들을 꼬옥 끌어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