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있었다.
뱀의 꼬리는 항상 뒤에 붙어서 머리가 가는 데로 따라 다녀야만 했다.

어느 날 꼬리는 드디어 불만을 터뜨려 머리를 향해서 말했다. 「무엇 때문에 나는 언제나 맹목적으로 네 뒤만 따라다녀야 하고 나의 의견도 들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가는 방향을 정하는가? 이건 공정하지 못하다.
나도 뱀의 일부인데도 언제나 노예처럼 뒤에 붙어 따라다녀야만 하다니.」 머리가 대답했다. 「아니 바보같은 소리 그만 둬라. 너에게는 앞을 볼 수 있는 눈도 없고, 위험을 알아낼 수 있는 귀도 없고,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두뇌도 없다. 나는 절대로 나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야. 너를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나 너를 안전하게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꼬리는 크게 웃으면서 「그런 말은 이젠 싫증이 났다. 어떤 독재자도 모두 따르는 자를 위하고 있다는 구실로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지 않느냐.」하고 말했다. 그에 머리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네가 내 역할을 해 봐라.」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꼬리는 애쓰면 애쓸수록 가시 덤불 속으로 더 빠져들어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꼬리는 머리의 도움을 받아 겨우 빠져나왔으나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꼬리가 다시 앞장서서 나가자 이번에는 불이 타고 있는 불길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점점 몸이 뜨거워지고 갑자기 사방이 캄캄해지자 꼬리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머리가 필사적으로 구해 내려고 했으나 그 때는 이미 늦었다.
꼬리가 불타 머리도 함께 죽고 말았다. 뱀의 머리는 결국 맹목적인 꼬리 때문에 죽은 것이다.
지도자를 선출할 때는 언제나 머리를 선출해야 하며 꼬리와 같은 자를 선출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