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선물을 보내느라 우체국에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바람까지 불어서 손에 들고 있는 우산은 그저 장식용에 불과했고, 그나마 버스마저 오지 않아 나는 그 비를 고스란히 맞고 서 있어야 하는 것에 무척 화가 났습니다.
그때 이상한 광경이 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내가 서 있는 둑 아래로 최근 시에서 하천을 살리자는 취지로 재정비된 작은 하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50대 가량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엎드려서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뭘 하고 있는 걸까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하천에는 계속 내리는 비로 불어난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물살의 힘에 못 견딘 땅이 움푹 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하천가에 피어 있는 꽃들은 뿌리를 허옇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온몸이 비로 흠뻑 젖은 그는 땅을 파는 장비가 없었는지 작은 돌을 찾아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새 손으로 땅을 파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물길을 잡는 그의 빠른 작업 속도가 나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물길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 그는 5미터나 되는 폭을 두 줄로 나누어 팠는데, 한참만에야 한 번씩 허리를 펴곤 했습니다. 꽃이 있는 쪽으로 더 이상 물길이 닿지 않게 되었을 때 그제야 그는 허리를 펴고 꽃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몸 하나 가리기에 급급했던 나와는 달리 그는 꽃을 살리기 위하여 자신이 비 맞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이죠. 화초 하나라도 사랑으로 대하는 그 모습은 나에게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오늘은 시간을 내서 그곳을 돌아 집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아마도 그 하천가에는 그 꽃들이 활짝 피어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