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동장은 슬하에 육 남매를 두었습니다.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을 낳고 기르느라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그는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진 동장 또한 자식의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진 동장의 셋째 딸이 교직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겨울날, 새벽 5시에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습니다. 부시시 잠에서 깬 식구들은 모든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준 알고 바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 전화는 다름아닌 셋째딸의 학교에서 소집한 비상연락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난 셋째 딸은 이른 새벽인데다 눈이 많이 내려 택시조차 들어오지 않을 거라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딸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진 동장은 얼른 마당에 세워 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더니, 안방으로 들어가 아랫목에서 얇은 담요 한 장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리곤 셋째 딸을 담요로 감싼 뒤, 오토바이에 태우고 차가운 새벽길을 힘차게 달렸습니다. 심하게 몰아치는 눈보라가 앞을 가렸지만 그는 헬멧도 쓰지 못한 채 그대로 눈 속을 달렸습니다. 한참을 달려 겨우 학교에 도착했을 때, 오토바이에서 내린 그의 셋째 딸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자신은 아버지가 씌워 준 담요 덕분에 따뜻하고 편안하게 왔지만 아버지는 먼 길을 오는 동안 차가운 눈보라를 맞아 얼굴이 완전히 얼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눈썹과 수염이 산타할아버지처럼 온통 하얗게 된 아버지가 빨리 학교에 들어가라고 하시려는데 입이 얼어서 제대로 말씀도 못하셨습니다. 그날 하루 종일 진 동장의 셋째 딸은 아버지의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려 수업도 제대로 못하고 계속해서 눈물만 흘렸습니다. <생각나누기> 아버지가 얼굴이 다 얼도록 딸을 오토바이에 태운 체 먼 길을 달려올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