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경상도 고을에 숫자로만 말하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만나면 “밥을 몇 그릇 먹었니?”라고 인사하고, 저녁에 만나면 “오늘 돈을 얼마나 벌었니?”라든가, “오늘 만난 사람은 모두 몇 명이니?” 라고 묻곤 했습니다. 친척집에 놀러 온 아이들에게는 “너 몇 살이니?”, “체중은 얼마나 나가니?”, “키는 얼마지?”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숫자와 관련지어 질문하곤 했습니다. 동네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을 때도 사람들은 “이제 이 동네에는 189명이 남았구나.”라는 말만 할 뿐 슬퍼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하루는 큰 홍수가 나서 마을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거나 집이 물에 잠기는 큰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그 때도 사람들은 ‘몇 명이 죽었느니, 재산 피해가 얼마나 났느니’ 하면서 숫자 계산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신(神)께서는 숫자를 잊어버릴 수 있는 묘약을 내려보내기로 했습니다. 그 묘약은 바로 ‘사랑’이라는 약(藥)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하면 눈이 멀어진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경상도 그 고을과 비슷한 마을에서 삽니다.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집을 보면 얼마짜리 집인지, 결혼을 해도 얼마짜리 반지인지에만 관심을 갖고 사람의 인품이나 집의 아름다움, 사랑의 가치 등을 크게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숫자에만 길들여지는 우리들의 모습도 한번 되돌아봅시다. <생각나누기> 부모님의 사랑을 돈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지금 받고 있는, 돈으로 계산 할 수 없는 사랑은 무엇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