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허름한 구멍가게에 들렸을 때의 일이었다.
주인 어머니가 부엌에서 빈대떡을 굽고 있었다. 나는 그 질펀한 냄새도 좋으려니와, 자녀들에게 손수 간식을 만들어 주는 어머니의 정성이 아름다워 보여 오랜만에 향수에 젖으며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으로 보아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어머니로 생각되었다. 이윽고 어린 아이들이 들어왔다. 시장했던 참인지 어서 빨리 빈대떡을 내놓으라며 보챘다. 그때 접시에는 이미 구워 놓은 빈대떡이 한 장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이어 두 장을 더 구울 때까지 아이들에게 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혹시 친어머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앞서 가졌던 빈대떡 질펀한 냄새의 향수마저 씁쓸함을 느껴야 했다.

그때였다. 앞서 부쳐 낸 세 장의 빈대떡을 싸서 정성스레 찬장에 넣으며, 자녀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어른들께서 계시지 않잖니? 제일 먼저 구운 것은 할아버지한테 드려야지. 그 다음 것은 할머니께 드리고, 그렇다면 세 번째 것은 누가 잡수셔야 겠니?”
아이들은 어머니의 말씀이 너무나 당연했던지 울음 반 깨달음 반으로 ‘아빠’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네 번째, 다섯 번째....... 빈대떡을 그토록 맛있게 먹고 있는 자녀들을 미소 가득 머금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그 어머니의 모습 앞에 어떤 경외감마저 들었다.

바로 그 모습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가져야 할 어머니로서의 자애인 동시에 엄숙함이며 감히 누구도 범하지 못할 어머니들만의 거룩한 성역인 것이다. 나는 이제껏 그 당시 그 어머니께서 보이셨던 그 미소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 보다 더 평화로운 인자함을 그 누구에게서도 본 적이 없다.

<생각나누기>
우리 집에서 어른에 대한 예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