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임금이 어느 날 백성의 옷차림을 하고 황희 집을 찾았어.
사람들이 그를 두고 청백리 청백리 하는데 정말 그런가 자기 눈으로 확인을 하려고 갔던 거지. 가 보니 초라한 단칸집에 담도 없는 집이야.
그래도 임금은,
“저 정도를 가지고 청백리라 할 수는 없지. 집안은 으리으리하게 꾸며 놓았는지 누가 아는가?” 하고 황희가 쓰는 방안을 들여다보았지.

그런데 방안은 으리으리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가구 하나가 없는 거야.
있는 것이라고는 황희가 즐겨보는 책 몇 권이 고작이고, 방바닥에는 고급 장판 대신 거친 멍석이 깔려 있을 뿐이었어.
임금은 이것을 보고, “거기에 등을 대고 비비면 잔등이 시원하겠구나.” 하고 웃으며 돌아갔다는 이야기야.




황희의 아들 황수신도 정승을 지냈기 때문에 ‘부자(父子) 정승’ 집안이라고 불렸대. 한 번은 그 아들이 높은 벼슬 자리에 있을 때 손수 집을 짓고 집들이 잔치를 벌인 적이 있었거든. 물론 아버지 황희도 초청이 되어 그 자리에 갔지.
그런데 황희는 그 아들집에 가서 한 바퀴 빙글 돌고 나오더니 이내 아무 소리 없이 가 버렸어. 아들이 한 일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었지. 아들은 그런 아버지 뜻을 얼른 알아차리고 곧 집을 헐어 조그마하게 다시 지었다는 거야.

검소하고 깨끗하게 살던 황희 정승은 공직자로서 직업 의식이 아주 또렷한 인물이었지. 그는 나라 일을 맡아 보는 벼슬아치가 사치를 하거나 그릇된 방법으로 돈을 모아 집을 어마어마하게 꾸미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를 잘 알고 있었어. 그러나 그것을 일생동안 꼿꼿하게 실천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을 거야.

<생각나누기>
황희정승의 생활보습에서 본받을 점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