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삿꾼이 도시에 왔다가 며칠 후에 염가 판매가 있는 것을 알게 되어 물건 구입을 며칠 미루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많은 돈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그것을 지니고 다니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조용한 곳을 찾아 거기에다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묻었다. 이튿날 그 곳에 가보니 돈이 없어졌다.

그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으나 자기가 파묻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돈이 어째서 없어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저 멀리 집 한 채가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 집의 벽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마도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그가 돈을 파묻고 있는 것을 그 구멍으로 보고 나중에 파낸 것이 틀림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집으로 가서 거기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당신은 도시에 살고 있으니까 머리가 좋겠지요. 실은 나는 이 도시에 물건을 사러 왔는데 돈지갑 두 개를 가지고 왔소. 하나는 은화 오백 개가 들어 있고 또 하나는 팔 백개의 은화가 들어 있습니다. 나는 작은 쪽의 지갑을 아무도 모르게 어떤 곳에 파묻었소. 그런데 큰 지갑도 묻어 두는 것이 좋겠소. 아니면 누군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소?」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만약 내가 당신이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작은 지갑을 파묻었던 장소에 큰 지갑도 함께 파묻겠소.」라고 대답했다. 욕심이 많은 그 남자는 장삿꾼이 나가자 자기가 파내온 돈지갑을 도로 그 자리에 가지고 가서 파묻었다. 장삿꾼은 그것을 숨어서 보고 있다가 파내어 무사히 자기 돈지갑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