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유난히 뜨겁던 날이었다.
더위를 피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일찌감치 집으로 향한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늦게 오는 버스를 원망하고 있었다.
“에구, 저런 젊은 사람들이 안됐군.”
옆에서 버스를 함께 기다리던 아주머니의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느릿느릿 걸어오는 부부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다 왔어요. 더우시죠?”
갓난 아이를 안은 아내는 한 손에는 지팡이를 또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의 팔을 잡고 더듬거리며 걷는 남편을 버스 타기에 가장 좋은 곳에 서게 하더니 손수건을 꺼내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남편은 검은 안경에 노란 지팡이를 짚고 있었는데 매우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아내는 작은 체구로 힘겹게 아기를 안고 있었다.
남편은 시각 장애인이었고, 아내는 곱사등이였다.
정류장에서 무료하게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구경이라도 난 듯 이들 부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고, 내 옆의 아주머니는 연신 혀를 찼다. 그러나 그 부부는 주위의 시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계속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더워지려나 봐요. 여보, 그런데 오늘 하늘이 너무 맑아요.”
아내의 밝은 목소리에 남편도 고개를 하늘 쪽으로 돌리며 환하게 웃었다.
잠시 후 여러 대의 버스가 도착했다. 아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빠르게 남편의 손을 이끌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른 그녀는 남편을 버스기사의 뒷자리에 앉히고는 급히 내리며 말했다.
“잘 다녀오세요.”
남편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하자 아내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 채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