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와 경주에서 너무 자만하여 도중에 잠을 자다가 지고 만 토끼는 거북이에게 다시 한 번 겨루어 보자고 제의했다. 이 제의에 거북이는 흔쾌히 동의하면서 그러나 이번엔 경기 방식을 조금 바꾸자고 조건을 붙였다.

앞서 경기는 산 아래서 선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이었으나 이번 경기는 거기까지 갔다가 다시 산 밑까지 돌아오는 왕복 경주를 하자는 것이었다.
토끼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한 가지 문제는 산꼭대기까지 갔다가 온 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대하 거북이는 매우 설득력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산꼭대기의 큰 소나무 밑을 파면 거기 둥근 돌멩이가 하나 있는데 그것을 먼저 가져오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이것 역시 토끼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토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꼭대기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이번에는 자만하지 않고 뛰어 꼭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그런데 거북이는 숲 속으로 사라진 토끼를 보더니 산이 아닌 냇가로 내려가서 둥근 돌멩이 하나를 골라서 들고 와서 그것을 베고 누워 낮잠을 잤다.
토끼가 산꼭대기에 이르러 소나무 밑을 파 보았으나, 거기는 날카로운 모난 돌멩이들은 있었으나 둥근 돌멩이는 없었다. 그는 당황하여 그 가운데 가장 모가 덜 난 돌멩이 하나를 들고 쏜살같이 산 밑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거기엔 이미 거북이가 먼저 도착해서 잠까지 자고 있지 않은가. 거북이가 베고 자는 돌은 그의 돌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둥근 것에 토끼는 할말을 잊고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