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이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4년 전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온 보람이의 건강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얼굴이 핼쑥하고 힘이 없어 보였으며, 코피를 자주 흘렸다. 처음에는 감기 몸살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병원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었다.
생각 다 못한 부모님은 보람이를 데리고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아갔다.
아, 그런데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10살짜리 초등학교 4학년인 보람이의 병명은 ‘ 재생 불량성 악성 빈혈 ’ 이었다. 보람이의 병명이 전해지면서 우리 모두는 제일 먼저 죽음을 생각했다.
1억원 가까이 들어가는 엄청난 치료비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소식을 접한 우리 모두는 무기력하게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하늘만 바라보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제일 먼저 보람이와 같은 반 어린이들이 나섰고, 이어서 전교 어린이들과 교직원, 그리고 부모님들이 힘을 보탰다. 더 나아가서 지역신문인 ‘홍성신문’에 보람이를 도와달라는 호소문을 보냈다. 어린 보람이를 살리자는 이웃 사랑 운동은 불같이 피어올랐다. 홍성군 전체 초.중.고 학생들과 3개 방송사, 12개 언론사와 유선방송 등의 매체를 통하여 62,813,310원이 모금되었다. 드디어 이웃들의 정성어린 사랑과 관심으로 보람이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부모님과 형제들 모두의 골수가 맞지 않아서 화학 치료만 계속 받았다.

다행히도 보람이는 혈소판, 백혈구, 적혈구가 모두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회복되었다.
지난 1998년 2월 18일에는 영광스러운 졸업장도 받았다.
보람이를 감싸고 있던 죽음의 그림자는 이제 저만치 물러나있다.
이웃 사랑의 힘은 죽음도 비켜 갈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