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몹시 부는 4월 어느 날이었습니다.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매월리에 사는 이규택 씨는 논에 나가 거북이 등처럼 찍찍 갈라진 논바닥을 보며 한 숨을 쉬었습니다. “이렇게 가물다가는 올해 농사는 모도 심어보지 못하고 다 망치겠구나. 못자리 물도 모자라서 모가 발갛게 타들어가다니…….” 이규택 씨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개울에 가서 도랑을 파기 시작 했습니다. “땡떙떙떙！” 갑자기 동네에서 비상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무척 다급하게 울려대고 있었습니다. “어디 불이 났나?” 비상종은 주로 집에 불이 났을 적에 울렸기 때문에 불난 집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불난 집은 없었습니다. “불난 집은 없는데…‥. 아니, 산불이 났구나！” “이렇게 바람이 불 때 산불이 나면 끄기가 어려운데 …‥. 대체 누가 산불을 냈을까? 담배를 피우다 냈나?” 이규택 씨는 왕박산으로 향했습니다. 길을 걸을 적마다 절뚝거리는 그의 걸음걸이가 무척 힘들어 보였습니다. 산불은 바람을 타고 금세 번져 나가,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큰 산불은 처음이다. 불길이 산등성이를 휙휙 타넘는 것 같구나.” “그러게요. 쉽사리 끌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고부간이 말을 주고 받을 때, 둘째 아들인 동부가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엄마, 엄마! 아버지께서 산불을 끄다가 돌아가셨대요!” “뭐야?” “불구인 네 애비가 그 불길 속에는 왜 뛰어들었대?” 규택 씨 부인과 어머니는 규택 씨의 시체가 있는 역전으로 달려가며 통곡을 했습니다. 규택씨는 새까맣게 그을린 몸을 뒤척이며 말 한 마디 남기지 못한 채 병원으로 옮기는 중 그만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의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고 이규택 씨는 이 고장의 주인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고장을 위해 불구의 몸을 던진 작은 애국자의 본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가셨습니다.” 누군가가 읽는 조사가 듣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