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이민을 온 아버지는 여덟 살 밖에 안된 어린 딸이 혹 모국어를 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한국인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말을 모르면 안 된다. 알겠지?”
아버지는 틈만 나면 미혜와 동생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미혜는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였고 화장실에 갈 때나 잠을 자기 위해 누워있는 시간 등 틈만 나면 영어 단어를 외우며 열심히 공부했다.
이런 어린 딸의 노력을 애처롭게 여긴 어머니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는 것으로나마 도움을 주려 했다.
“미혜야, 일어나 봐, 괜찮이?”
어느 날 밤 자고 있는 미혜를 어머니가 깨웠다. 가까스로 눈을 떠보니 악몽을 꾸었는지 잠옷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그녀를 깨운 어머니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어린 달이 남의 나라말을 배우려고 안간힘을 쓰더니 잠꼬대까지 영어로 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반응은 달랐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미혜를 불러 말씀하셨다.
“미혜야, 너 어느 나라 사람이냐?”
“한국……사람입니다.”
미혜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아버지가 한 번 더 물었다
“네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큰 소리로 대답해 봐라.”
미혜는 오기가 나서 크게 외쳤다.
“한국 사람입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래. 행여 네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사람이 근본을 모르면 큰 인물이 될 수 없다.”
아버지는 그녀가 성장해감에 따라 그녀의 나이에 맞는 정확한 모국어를 쓰도록 가르쳤다. 그런 아버지 덕택에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김미혜 씨는 현재 재미 변호사가 되어 한국 교민 사회에서 적극적인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