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남 전쟁시 한국의 한 병사가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1년째 독 방에 갇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물론 편지조차 보낼 수 없었던 그는 1년 동 안 필사적으로 고독과 싸웠습니다.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아내와 아이 들에게 말을 걸고 고국에서 있었던 즐거운 일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 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외로움을 떨칠 수 없었던 시간에는 빗자루로 방을 쓸어 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찍 잠을 깬 그는 다시금 엄습해 오는 고독감을 잊기 위해 방을 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모아 놓은 쓰레기를 문틈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쓰레기가 다시 방안으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문틈으로 내다보니 월남인 모범수가 보였습니다. 쓰레기를 청소하던 모범수가 독방에 갇혀 있는 한국 병사의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려고 쓰레기를 다시 들여보낸 것이었습니다. 얼마 후 좁은 문틈 사이로 작고 야윈 손이 들어 왔습니다. 극심한 외로움에 떨고 있던 옆방 죄수의 손이었습니다. 잠시 멈칫거리던 한국인 병사는 월남인 포로의 손을 힘있게 붙잡았습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사람의 따뜻한 체온은 그 뒤 2년간의 지독한 독방 생활을 이겨내게 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진 그 체온은 결국 두 포로뿐 아니라 옆 방의 포로에까지 전하여졌고 그 수용소의 포로들은 다른 수용소의 포로들보다 훨씬 높은 생존율을 보였습니다. 죄수들에게 독방을 주는 것은 가장 큰 벌입니다. 사람과 얘기도 할 수 없고 혼자 독방에 남겨진 다는 것은 그만큼 상상도 하기 힘든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중에 문틈으로 내밀어진 다른 사람의 온기는 세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