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영조시대의 일입니다. 경기도 장단땅에 이종성이라는 정승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정승은 은퇴해 살면서 낚시질을 다니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하루는 주막집에 들어가서 가져온 도시락을 풀고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그 마을 원님으로 부임하게 된원님이 마침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주막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원님은 온갖 비단으로 몸을 치장하고 행동이 교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옆에 앉아 식사를 하는 노인을 보며 "늙은이 자네가 먹는 밥이 뭔가?" 늙은이는 서슴치 않고 대답했습니다. "보리밥이라는 것이오." "그렇다면 좀 맛보여 줄 수 있겠나?" "그것이 뭐가 어려울 것이 있겠소." 하고 보리밥 한 숟갈을 떠서 주었다. 원님은 보리밥을 입속에 넣고 씹어 보더니, 이런 것을 어떻게 사람더러 먹으라고 주느냐면서 전부 뱉어버리고 노발대발하였습니다. 원님은 점심을 시켜 먹게 되고, 이정승은 식사를 끝낸 뒤 집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원님이 식사를 끝낼 무렵, 이정승집 하인이 찾아 와서, 이정승께서 만나자는 전갈을 했습니다. 원님은 영문도 모르고 허겁지겁 이정승을 찾아갔습니다. 감히 정승을 얼굴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정승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라”라고 하는 것이였습니다. 얼굴을 들어 보니 바로 보리밥을 준 바로 그 노인이였습니다. 순간 “죽을 죄를 졌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하지만 백성의 주된 먹거리인 보리밥을 천하게 여기는 원님은 백성을 다스릴 자격이 없다하여 그 자리에서 원님 자격을 박탈했다고 합니다. 한 마을의 원님은 마을 사람들의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힘든 점은 들어주고 마을 사람들을 잘 먹고 잘 살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높은 자리입니다. 하지만 백성들의 식량인 보리밥을 천하게 여기는 사람이 마을 사람들을 사랑할 수는 없겠지요.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낮은 자리의 사람들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