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주머니 안에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는 거 같아. 그치, 오빠?”
“맞아요, 아빠. 나중에 아빠 어디 가면 그거 꼭 나한테 맡기고 가세요.”
“안돼 오빠, 내가 먼저야!”
일자리가 있을 땐 그 말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 일자리를 잃고 나니 그렇게 부담스러운 말이 없었습니다.
‘새로 나온 게임기를 사줘야 되는데…, 은하한테 고양이 달린 가방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하지만 아빠의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죠. 엄마가 우연히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상심하고 있을 아빠 때문에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빠는 퇴근한 척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아빠, 지난번에 새로 나온 게임기 있잖아요. 그거 친구가 해봤는데 생각보다 별로래요. 저 다음에 다른 거 사 주세요.”
아들의 말에 아빠는 속으로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잠시 후 예쁜 딸 은하가,
“참, 나도 아빠. 그 가방 있잖아. 내 친구가 똑같은 걸 샀대. 난 다른 거 살래. 똑같은 거 갖긴 싫단말야. 다음에 더 예쁜 토끼모양 가방이 나올지도 모르잖아요!”
아빠는 조금씩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오래 의심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데, 엄마가 말했습니다. 엄마의 말을 듣는 순간, 아빠는 고마움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아빠에게 눈물샘이 없었다면 아마도 아빠는 온몸이 눈물로 가득 찼을 거예요.
“올해는 크리스마스가 12월 25일이 아니라 24일로 바뀌었대요. 그래서 당신을 위해 우리가 선물을 준비했어요. 하느님이 우리에게 당신이라는 큰 선물을 주었으니까 저랑 아이들은 당신의 짐꾼이 되어 줄게요. 당신 어깨에 있는 짐, 우리한테 조금만 나눠줘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짐 들어드릴게요.”
아빠는 그토록 따뜻한 겨울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