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 아직 진료 시작 되려면 좀 있어야 하는데요.”
병원의 간호사가 문을 열고 모녀에게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두 모녀는 아무런 말이 없이 간호사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아직 안 오셨어요.”
두 모녀는 의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마주 보았습니다. 모녀는 병원 안으로 들어와 의사를 기다렸습니다. 두 모녀는 맞잡은 손을 한시도 놓지 않은 채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고, 엄마가 딸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따뜻한 미소로 딸을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 의사 선생님이 왔습니다. 간호사는 두 모녀를 진료실로 안내했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온 아주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 얘가 ……. 얘가 제 딸아이에요. 예……. 옛날에 그러니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죠. 그글세 외가에 놀러갔다가 농기구에 왼손 손가락을 모두 잘렸어요. 다행히 네 손가락은 접합 수술에 성공했지만. 근데……. 근데, 네 번째 손가락은 그러질 못했습니다. 다음 달에 우리 딸이 시집을 가요. 사위될 사람이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이 못난 어미 그래도 결혼반지 끼울 손가락 주고 싶은 게. 이 어미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 네 번째 손가락을 딸아이의 손에 붙일 수 있을까요?”
아주머니는 말을 끝내고 난 후, 의사선생님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아주머니의 말을 들은 의사선생님은 자신이 어느 새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럼요. 가능합니다. 예쁘게 수술할 수 있습니다.”
의사선생님은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